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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의 고통은 누구를 위한 것?호기심과 앎의 기쁨이 필요
2019-10-23

 

학습의 고통은 누구를 위한 것?

호기심과 앎의 기쁨이 필요

 

 

우연히 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6살 아이들이 하루 종일 학습지를 풀고 과외 선생님을 만나면서 공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자막에는 큼직하게 결국 ‘공부는 엉덩이의 힘’이라는 말이 써있었다. 세상은 경쟁도 중요하기에 그 장면을 함께 본 필자의 아내는 ‘그래, 공부 잘하는 애들은 어릴 때부터 저렇게 했구나!’라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장담하지만 아내의 생각은 틀렸다. 학생은 지루했고, 그 상황을 즐기지 않았으며, 벗어나고 싶어했다. 그 상황을 즐기며 결연한 다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학부모였을 뿐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달콤함과 씁쓸함 사이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유아와 아동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애착(attachment) 관계와 부모와 같아지고 싶다는 동일시(identification) 기제다. 애착이 부족한 아이는 분리불안을 느끼게 된다. 즉, 부모가 나와 멀어질 경우 감정적으로 불안에 빠지게 된다는 뜻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동일시도 쉽게 풀면 부모를 닮고 싶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전적으로 부모의 판단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어른의 몸을 얻어갈 때 아이는 주변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자라게 된다. 이 성장 과정에서 아이는 나를 편하게 해주고, 보호해 주는 부모님과 내 독립을 방해하고 억압하는 부모에게 느끼는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 중 하나인 달콤씁쓸함(bittersweet)을 알게 된다. 달콤씁쓸함은 향수(nostalgia)의 원형이기도 하다. 나를 사랑하지만 억압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변형인 셈이다.

 

 

누군가의 만족이 아닌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어린 시절 학생의 노력은 아직 적성도, 선호도, 자신의 것이 아닌 부모의 칭찬을 받기 위한 도구다. 그렇기에 학부모의 즐거움과 만족을 위해 시작된 일들의 결과는 긍정일지 부정일지에 대해 장담할 수가 없다. 흔히 공부에 대한 적성을 강요했을 때 아주 운 좋게 부모의 만족과 학생의 적성이 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 그렇지 않다. 학생은 힘들고 학부모는 투자 대비 결과 부족에 짜증이 난다. 어린 시절 달콤함보다는 씁쓸함이 더 쌓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학생에게 당연히 좋지 않다. 고통이란, 즐거움으로 향하는 여정이지만 자신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이 놀고 싶은 마음을 참고, 열심히 책상 앞에 앉아서 지루한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즐거운 미래를 위해서다. 그 미래의 달콤함이 지금의 고통을 견디게 해주는 일이다. 우리가 동기를 이야기할 때 가장 고전적이고 많이 사용하는 이론이 ‘매슬로우(Maslow)의 5단계 욕구 이론’이다.

 

사람에게는 결핍된 부분을 채우기 위한 동기와 욕구가 있으며 이는 생리, 안전, 소속, 존경, 자아 완성의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론이다. 일반적으로 현대 사회에서 학교를 다니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면 소속의 욕구까지가 충족이 되지만, 존경과 자아 완성은 자신의 즐거움과 호기심이 바탕이 된다. 예를 들자면 입시나 취업을 위한 공부가 안정된 생활과 어떤 소속감을 위한 것이었다면, 존경과 자아 완성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 방향성과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공부를 즐겁게 만드는 것,호기심과 앎의 쾌감

 

지나간 지식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사실 자식의 성장을 바라보는 부모의 욕구 중에 상대적으로 낮은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반영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학습과 공부 그리고 노력은 부모가 기쁜 일이 아니라 아이들이 즐거워야 하는 이유다. 시험도 마찬가지다. 시험을 잘 보는 아이는 부모의 자랑임에 틀림없지만 부모의 자랑을 위해 학생이 공부하는 것보다는 학생이 기쁘기 위해 고통을 참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주어진 것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평범한 일들을 신기해하는 호기심과 그 앎의 쾌감이 학생에게 중요한 이유다.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문명과 문화가 사실은 지나간 사람들의 지식과 분투로 만들어진 신기함이기 때문이다. 종이, 펜, 자동차, 컴퓨터, 모니터 등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작동하는지를 신기해 하는 학생이라면 그 원리를 알기 위한 공부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시, 소설, 희곡, 시나리오에 대해 무엇이 나를 기쁘고 슬프게 하는지를 궁금해 하는 학생이라면 그 책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매일 매일 꾸준히 하는 공부는 절대 즐겁지 않다.오히려 나를 속박하는 고통에 가깝다.하지만 그 고통 끝에 매달린 ‘앎’이 기뻐야만 학생은 자신을 고통 속에 스스로를 밀어 넣을 수 있다. 부모는 그 과정 속에서 학생이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즐거움’과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씁쓸함’을 줘야 한다. 학부모의 불안에서 오는 ‘씁쓸함’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