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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의 도전과 기적, 학생의 꿈과 적성을 우선 생각하자
2016-05-04

 

0.008%의 도전과 기적

학생의 꿈과 적성을 우선 생각하자

 

 

어떤 복권이 있다. 연속해서 세 번 모두 참가자 중에 4%안에 들어야 한다. 복권을 사는 사람은 매년 15만명 안팎으로 단순하게 계산하면, 당첨 확률은 0.008%이다. 이 복권은 10만명 중 8명만 복권 당첨의 영광을 누릴 수 있지만 상품으로 제공되는 것이 당첨금이 아니라 6년간 18백만원을 지출하면, 어떤 직업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만약 내 목표와 비전이 없다면 이 확률에 인생을 걸만한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이런 확률은 로또 2등 확률과 비슷한 수준이며, 동물로 말하자면 자연적으로 10만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나는 백호가 태어날 확률에 접근하는 수준이다. 역사 속에서 백호가 태어난 해에는 전쟁이 일어난다고 떨던 때가 있었다. 그만큼 보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확률을 이겨낼 경우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기적이다.

 

그런데 매년 이런 기적을 일으키는 학생들을 연세대학교 의대(서울) 학생부교과전형에서 만날 수 있다. 매해 10명 내외의 학생들이 무시무시한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수능 최저등급인 세 과목 1등급(4% 이내) 제한을 뚫고 의사의 길을 시작하게 된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학생들 아닌가? 하지만 이런 최우수 인재들의 의대 지원에 대해 사회와 교육계의 염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이다.

전국 의대 정원은 36개 대학교 2,255명으로 전년에 비해 7.6%늘어난 숫자로 의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점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이 숫자는 수능응시 인원 60만명 기준으로 보면 0.35%에 해당하지 않지만 문과를 제외하고 이과 수학을 보는 학생 중에 비율은 1.5%를 차지해 이공계의 최우수 인재는 의대 선택의 문호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두 가지 측면의 기회와 손실을 동반한다. 첫 번째로는 최우수 인재들의 의대 선택에 따라 이공계 확대정책과 맞물려 이공계 지원학생들의 진학이 상대적으로 조금씩 쉬워진다는 점이고 손실은 국가 과학기술에 이바지할 최우수 인재들이 의료 서비스업으로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두 번째 손실 부분이 국가에서 가장 우려하는 일로 올해 모든 과학영재학교가 의대에 대한 수시 지원을 입학설명회를 통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이는 과학고도 마찬가지의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동안 전통적으로 의대에 강했던 상산고와 같은 전국선발 자사고와 한일고와 같은 자율학교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의대 인기에 대한 교육계와 학계의 걱정도 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서울공대 현택환 교수 축척의 시간(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신노마드, 2015)이라는 책에서 한국 의대는 우수한 학생을 많이 보유하지만 미래 의료 산업을 이끌어갈 생명공학 분야가 약하고, 이는 구조적으로 의대가 MD(Medical Doctor)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PhD(Doctor of Philosophy)가 기를 펴고 연구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풀어서 말하자면 현장을 움직이는 의사를 주로 교육시키기 때문에 미래 의학 기술을 연구해야 하는 기초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향후 IT(Information Technology) Big Data가 연계된 새로운 의료 사업에 대한 개척이 시급하기 때문에, 의대를 가더라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융합 연구에 주력하는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기초학문에 대한 위기야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보다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주어지고, 국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이공계 인재들의 로드맵에 대한 걱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하나의 측면은 의대의 지난친 인기가 학생의 진로진학에 대한 목표와 정책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과 사회의 기능과 인식이 올바르다면 이공계 인재가 의대에 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의 욕심이나 강요된 선택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그 길이 앞서 말한 것처럼 절대 쉬운 길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의 적성과 목표가 있지 않으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의과대학에 진학한 후에 자퇴하는 학생은 약 2% 전후인데 전국 최고의 인재들이 의대 입학 후에 100명 중 2명은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큰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입시 전형의 다양화로 2012년에 마지막으로 발표된 서울대 계열별 수석합격자 중 이과 수석의 학과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연히 의대생이라고 생각했지만 수석은 수의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 학생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수의사가 꿈이었다고 말한다. 설명회에서 학부모님들에게 이야기하면 탄식이 쏟아져 나오는 일이지만, 기적같이 뛰어난 머리로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자신을 투자한 학생은 행복하지 않을까?

 

사춘기 학생들에게는 아직 꿈이 없을 수도 있고 때로는 너무 이상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꿈을 향한 열정이 학생들에게 그 어렵고 힘든 입시를 지나갈 수 있는 동기가 되어준다. 0.008%의 학생들은 물론 나머지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학생의 꿈을 물어보고 존중하고, 그 선택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같이 찾아줘야 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자녀는 또 다른 내가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그 꿈과 열정이 학생 안에서 즐겁게 춤을 출 때 우리는 또 올해 백호가 태어나는 기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