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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한글학습. 언제•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2018-02-08

 

우리 아이 한글학습

언제•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최근 글쓴이의 육아에 관심사가 된 이슈가 있다. 바로 아이의 ‘한글 지도’. 우리 아이는 이제 고작 34개월, 4살이 다 되었다. 불과 한달 전만 해도 한글은 빨리 배울 필요도 없고 아직 이르다고만 생각했었던 나였다. 그런데 왜 마음이 변했을까?

 

아이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동화책엔 별 관심이 없고 자동차나 공룡 그리고 블록에만 한창 꽂혀 있었던 터였다. 말하는 것이 늦거나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동요 하나를 완벽히 부르는 어린이 집 또래 여자친구들을 볼 때면 “책도 많이 읽어주고 노래도 같이 불러주고 했어야 했나.” 싶었다. 그래서 아이를 붙잡고 동화책을 펼친 시절도 있었다. 목소리 변조까지 해가면서 열심히 읽어주는데 아이는 내가 읽어주는 것과 상관없이 마구 책장을 넘겼고 심지어 실랑이를 벌이다 책을 찢어 먹기도 했다. (스카치 테이프로 붙인 책이 여러 권…) 우리 둘은 함께 책 보는 것에 흥미를 잃어갔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당분간 책을 읽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한글도 멀어져 갔고 7살까지 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그런데 한 두 달 전부터 아이가 생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스스로 책을 꺼내서 펼쳐 보는 것이다. 물론 읽든 안 읽든 간에 책은 늘 거실 한 구석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눈에 띄었던 걸까.

 

요즘엔 잠들 무렵쯤 자신이 원하는 책을 몇 권씩 가져와서 “엄마, 같이 읽자!”라며 먼저 운을 뗀다. ‘책 좀 안 읽으면 어때, 신나게 잘 놀면 그만’ 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도 부모는 부모인지라 책을 넘기는 그 고사리 같은 손이 너무나도 예뻐 보였다. 요즘엔 한글에도 조금 관심을 보인다. 그러면서 ‘지금이 한글을 배우는 최적의 시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지금이 한글을 깨우치기 좋은 타이밍이라면 놓쳐선 안되니깐. 흥미를 느끼는 활동이라면 나이는 상관없다는 것이 글쓴이의 생각이다.

 

실제로 취학 전 유아 부모 250명을 대상으로 ‘읽기 교육 시기’에 대해 연구한 김효정(1995)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학력과 관계 없이 평균 35개월부터 유아 자녀의 읽기 교육에 눈을 뜨고 그 중 33.2%는 24개월도 되기 전에 읽기 교육을 시작하였음을 보고하였다. 이 연구 결과만 놓고 본다면 글쓴이는 평균에 가까웠다. 하지만 나는 본격적인 한글 지도는 조금 더 뒤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대신 책 속의 상황이나 그림과 같은 시각적 상황을 통해 글의 의미를 추측하고 이해해 보는 활동에 한 동안 집중하고 5세 이후에 아이의 신체 및 사고의 발달에 따라 자음, 모음과 같은 원리를 깨치는 발음 중심의 교육까지 병행하고자 방향을 정했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생활과학연구에 실린 ‘유아를 위한 한글지도’(이숙희 외, 2007)에 따르면, 한글 지도 방법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발음중심의 교수법’으로 글자를 처음 배우는 유아들에게 자음과 모음의 체계, 자소와 음소(글자와 말소리)의 대응관계를 알려주며 조직적이고 명확하게 글자와 소리의 관계를 가르치는 방법이다. 쉽게 설명하면, ㄱ,ㄴ,ㄷ,ㄹ과 ㅏ,ㅑ,ㅓ,ㅕ를 배우고 가, 나, 다, 라를 배움으로써 모르는 글자를 접하게 되어도 그것을 쉽게 읽고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Chall, 1967, Stanovidh, 1986) 발음 중심 교수법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며 언어학습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이라 주장하지만 반대로 언제부터 발음중심 읽기 지도를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기의 문제와 지나치게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학습법으로 인해 유아들의 흥미를 저해하는 의미 없는 학습이 될 수 있다고 반박하는 학자들도 많다.

 

이 학습방법에 반대입장인 학자들은 구성주의와 상호작용이론에 근거한 ‘총체적 언어 접근법’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총체적 언어 접근법이란, 음소나 낱자 중심의 학습이 아니라 의미를 지닌 텍스트를 유아들이 접하도록 하여 내용에 흥미를 가지고 글자를 대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어린 시기부터 유아들이 문자 언어를 자주 접하고 사용해 보게 함으로써 글자의 모양을 익힐 수 있도록 하며 상황과 맥락에 의존해서 글의 의미를 추측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다양한 책 읽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유아의 흥미를 고려한 이런 방식은 발음중심의 교수법에 비해 체계적이지 못하고 단어나 문자의 구성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마지막 접근법은 ‘균형 있는 교수법’이다. 이 접근법은 ‘발음 중심의 교수법’과 ‘총체적 언어 접근법’의 혼합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 방법은 유아 개인의 학습 정도, 신체적 발달 수준과 흥미 및 필요를 감안하여 적절한 방법으로 읽기를 지도 하자는 것이다. 즉, 기초적인 읽기 기술을 병행하여 언어 및 문학 활동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 교수법의 가장 큰 장점이 유아 개개인의 특성과 환경, 발달 요구에 따라서 적절한 방법으로 학습하는 형태라고 하니 글쓴이도 이에 따라 아들의 발달 상황을 체크해 보았다. 아이는 이제 막 동화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뿐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정도도 아니고 활자를 좌우로 읽을 수도 없어서 읽기 학습 자체가 아직 이르다고 판단, 좀더 동화책의 그림을 보며 다양한 상황에 대한 흥미와 이해를 높이고 한글은 그림처럼 보도록 하는 수준에서 천천히 진행하고자 마음을 굳혔다.

 

물론 아이가 좀더 관심을 가진다면 낱말 그림 카드를 추가적으로 진행해 볼 생각이다. 그림과 단어를 매칭해 보면서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자음과 모음 조합에 따른 읽기 연습은 단계적으로 아이의 의견을 고려해서 진행 할 예정이다. 실제로 아이가 한글에 관심을 가지는 듯 해서 “우리 이거 놀이 할까?”라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단호히 대답을 하면서 지금은 아니구나 싶어서 단박에 접은 것도 있다.

 

한편 한글 학습을 위해 어릴 때부터 학습지를 시키는 경우가 참 많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엄마가 아이의 한글 지도에 방향성을 가지고 학습지를 선택하는 것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해서 의존하듯 선택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아이의 발달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한글 시간이 아이에게 고역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것도 아니면 놀이만 하다가 깨치는 건 늦을 수도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아이를 면밀히 관찰한 뒤 내려야 한다.

 

나아가 쓰기 학습에도 시기가 있다. 쓰기가 가능하기 위해선 일상 생활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자기 이름을 쓰는 것에 대한 자발적인 흥미 정도가 있는지, 가위, 크레용, 연필 등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간단한 기하학적 도형이나 글자를 베낄 수 있는지가 그 예이다. 6세 정도가 되면 읽기는 물론 쓰기까지 진행해 볼 수 있다고 보므로 자녀의 준비 정도에 따라 진행하면 좋겠다.

 

언제, 어떤 학습법이 되든 그 중심은 아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아직 어리지만 우리 아이에게도 좋고, 싫음이 있고 생각과 감정이 있다. 결국 한글 공부도 부모가 아이와 얼마나 친밀하게 소통하며 진행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훗날 아이의 일기를 보면서 틀린 글자를 지적하는 부모 보다는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등을 궁금해하고 공감하는 부모가 되길 바란다.

 

 

 

참고문헌

이숙희, 박혜경(2007), 유아를 위한 한글지도, 동덕여자대학교 생활과학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