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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 단어로 한정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2017-02-17

 

영재교육, 단어로 한정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영재란 어떤 아이죠?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르면, 영재란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자를 말합니다. ‘교육이 없어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자’를 의미하는 천재와는 확실히 다르죠. 하지만 현실에선 아직까지도 영재와 천재를 혼동하는 학부모님이 많아요.


가령 수학 시험에서 100점을 받은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요? 대개는 영재도 천재도 아니고 공부 좀 잘하는 아이라고 이야기하죠. 하지만 수학 시험에서 100점 받은 학생은 분명한 “영재”입니다. 어떤 분야에 대한 재능을 판단하는 요소와 방법은 다양해요. 시험 점수는 그 중 하나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아이는 수학적 재능이 있어요. 그래서 수학과 관련한 특별한 교육을 통해 그 가능성을 최대한 이끌어 줘야 하죠. 오늘날의 영재 교육은 이런 의미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현실에서는 영재와 영재교육에 대한 인식이 다르죠.


과거에는 영재교육이 소수의 아이를 위한 특별 교육이었다면, 지금은 아이 한 명, 한 명의 재능을 살려주는 교육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때론 이런 관점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난도 받습니다. 영재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부모에게 심어준다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영재는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 아이가 지닌 재능, 잠재력을 계발해 주는 특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뿐 달리기가 싫은 아이를 억지로 연습시켜 육상선수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부모가 현명해야 한다는 이유는 이런 다양한 관점 속에서 우리 아이를 위한 교육적 주관을 세우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다 해서 따라 하는 ‘불안 심리’, 먼 미래의 투자 개념으로 바라보는 ‘기대 심리’는 지금 당장 버리세요. 오로지 우리 아이의 잠재력과 특성에 집중할 때 올바른 교육의 길도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참 어렵죠?


현실 속 인식을 한번 바라봐 볼까요? 실제 영재를 양육하는 어머님들의 영재성 인식을 살펴봅시다. 정덕호 외(2014)는 초, 중등 과학 영재 어머니 50명을 대상으로 자녀가 영재라고 인식한 이유와 영재성과 관련해 생각나는 것을 글로 기술하도록 했어요. 그리고 단어를 통해 인식을 분석하는 언어 네트워크 분석법을 통해 결과를 도출했죠. 그 결과 초등 과학 영재 어머님이 사용하는 단어 중 조사에 유의미한 단어는 총 174개, 중등은 370개의 단어로 나타났죠. 이를 통해 영재교육의 목표와 현실을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먼저 초등 어머님들이 사용한 단어 중 빈도수가 높은 단어는 ‘독서’, ‘제작’, ‘과학’의 순으로 나타났어요. 또 자녀가 ‘과학’을 다른 과목에 비해 월등히 선호하며, 과학 관련 독서를 많이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자녀가 ‘집중력’, ‘기억력,’ ‘창의력’이 또래 아이들 보다 우수하며 ‘과학 실험’에도 관심이 많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죠. 또 이런 특성을 발휘 해 자동차를 조립하거나 제작하는 대회에 참여하거나 입상한 결과를 영재성의 증거로 인식했죠. 반면 아이의 정의적 특성(자아 개념, 리더십 같은 사회적 특성)에 대한 인지는 매우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 참고1. 초등 실제 답변사례

초등 영재어머니 A : 조립하는 것을 좋아하여... 열심히 집중하는... 과학 조립상자 만들기 최우수상...

초등 영재어머니 B : 조립을 시작하면... 만들기에 즐거움을 느껴 밤 12시가 넘어간 시간에도 완성...

초등 영재어머니 C :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

초등 영재어머니 D : 타 과목은 일단 제쳐두고 과학이라는 과목에서... 관심도가 월등하고...

 

한편 중등 어머님들이 사용한 단어 중 빈도수가 높은 단어는 ‘독서’, ‘수학’, ‘관심’, ’유아기’, ‘문제풀이’, ‘과학’의 순으로 나타났어요. 상세 응답을 살펴보면 독서량과 수학 문제풀이 대회가 영재성을 인식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자녀가 중등 과학영재임에도 불구하고 과학보다 수학과 관련된 문제해결 과정에서 영재성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한 것이었는데요. 고난이도의 수학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로 높은 학업 성취나 수학경시대회에서의 수상하는 것을 영재성과 결부시키고 있었습니다. 또 초등과는 달리 ‘뛰어남’, ‘빠름’, ‘다양’ 등의 단어가 언급되는 등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자녀의 성취 능력을 영재성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죠. 반면 ‘호기심’, ‘목표의식’ 등은 영재성을 인식하는 데 큰 영향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답변 내용을 참고하세요.

 

# 참고2. 실제 답변사례

중등 영재어머니 f : 문제풀이에 대한 집착력과 고난도 문제에 대해... 해결방법을 생각해서...

                              초등5년 전국 수학학력평가 준비를 위해...

중등 영재어머니 g : 수학문제를 풀 때 집중력이 매우 좋고... 수학문제와 씨름하곤 했습니다.

 

초, 중등 과학 영재를 둔 어머니들은 공통적으로 독서, 수학, 과학, 대회, 수상, 집중력, 기억력, 창의성 등의 단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했어요. 차이점은 초등의 경우 영재교육원, 조립, 상상력, 흥미 등과 같은 단어가 사용된 반면, 중등에서는 문제풀이, 문제, 해결과 같은 단어를 사용한 부분이에요. 중, 고등학교로 진학함에 따라 시험과 입시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영역이 바뀐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초등의 경우, 조립이나 제작 또는 동물을 기르고 관찰하는 행동까지 영재성을 인식하는 범주였다면 점차 중등으로 가면서 입시의 주요 변별요소가 되는 수학에 주목하게 되고 수학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 또는 수학 경시나 대회에서 상을 탔느냐 못 탔느냐가 아이의 영재성을 인식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어버린 것이죠.
 

이는 일부 요소만으로 영재성을 인식한다는 의미에요. 렌줄리(Renzulli)박사가 개발한 영재아동행동 평정척도를 보면 학습, 창의, 동기, 리더십 등 14개의 대범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사 결과, 과학영재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학습, 창의, 동기, 리더십 외 10개의 대범주에 속하는 단어는 단 1회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과열된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진 탓이기도 하죠. 영재교육원에서 관찰추천제를 도입한 까닭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요. 창의적 문제해결력에서 뛰어난 결과를 거둔 친구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고 잠재력을 가진 친구들이 있죠. 빠른 시간 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건 어려워하지만 남들이 해내기 어려운 문제를 끝까지 탐구하고 해결해 내는 아이 말이에요. 그런 아이들도 영재로 선발될 수 있도록 우리의 인식도 평가 시스템도 변화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영재와 영재교육이 무엇인지 또 영재성을 인식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연구자료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어머님들은 역시 가시적 성과에 주목하였죠? 틀렸다는 건 아니에요. 이것도 영재성을 바라보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죠. 하지만 단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정도나 대회 수상여부로 아이의 잠재력을 판단하진 마세요. 아이의 잠재력은 학습동기, 태도, 특정분야에 대한 재능, 흥미, 탐구심, 리더십 등 아주 다양한 요인 속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연구결과는 이미 영재라고 불리는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인식을 조사한 내용이라 결과론적이에요. 또 우리 나라 영재교육이 수학, 과학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유도 있고요.

 

이처럼 우리 인식에 형성된 영재와 영재교육은 이미 그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과 교육환경이 만든 결과에요. 그러니 주변의 말에 너무 흔들리지 마세요. 영재교육원에 입학한다고 해도 이것을 아는 부모님과 그렇지 않은 부모님은 걷는 길이 다릅니다. 짧게 보면, 입시까진 같은 길을 걸을지 모르죠. 그러나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하는 길에서 분명히 엇갈리게 되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된 이 시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인재는 어떤 모습일지 떠올려보세요. 그러면 영재라는 단어 속에 감춰진 ‘우리 아이를 위한 특화된 교육’이란 실체를 좀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참고문헌>
장덕호 외(2014), 과학영재를 둔 어머니들의 영재성에 대한 인식, 영재교육연구 제24권 제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