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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교는 왜 상대평가의 천국이 됐을까?
2017-06-28

 

 

한국 학교는 왜 상대평가의 천국이 됐을까?

 

 

최근 고교내신과 수능 평가방식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현행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절대평가로 전환하느냐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상대평가냐 절대평가냐의 문제는 평가방식의 변경에 국한되지 않는다. 고교학점제, 특목고 및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체제, 대학입시 제도, 사교육 시장 등 교육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근본 문제'다.

 

상대평가 방식은 학업성과를 다른 학생과 비교해 평가하고 그 위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며 절대평가는 일정 기준을 중심으로 개별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현재 고교 내신은 A~E까지 5단계 성취도(절대평가)와 석차 9등급제의 상대평가가 함께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입에서는 상대평가가 사용된다.

 

수능은 17학년도 한국사 절대평가 실시, 18학년도 영저 절대평가로 전환되지만, 나머지 과목은 석차 9등급제의 상대평가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상위 4%까지는 1등급, 4%이하 11%까지는 2등급 등의 방식으로 등급이 부여된다. 내신이건 수능이건 상대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현재 상대평가가 중심이 되고 있지만 1995년 이후 학교현장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져왔으며, 5.31교육개혁안에 따라 2000학년도 대입에서부터 고교 내신 절대평가 방식이 채택됐다. 내신 절대평가 반영은 2004년 고교 입학생들에까지 적용됐다.하지만 내신 부풀리기 등의 논란이 일자 2005년 고교 입학생부터는 대입에서 상대평가가 적용됐다.

 

그러다 다시 2011년 교육부는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2014년 고교 1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를 도입해 2017학년도 대입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급격히 늘어난 특목고, 자사고에 특혜를 주는 정책이라는 반발이 강하게 일자 2018학년도로 도입을 유예하고 대입 적용도 2021학년도로 연기했다.

 

이처럼 상대평가 와중에도 절대평가 방식을 끊임없이 도입하려던 이유는 상대평가 방식의 한계점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평가 제도는 학생들간 '무한경쟁'을 조장하고 '교육적 타당성'도 부족한데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평가 '신화'의 이면

한국에서는 전국적으로 똑같은 시험을 한날 한시에 치러 동일한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석차를 부여하는 상대평가 방식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효율적이고 변별력 있는 제도로 여겨져 왔다. 이 믿음은 거의 '신화'에 가깝다.

 

하지만 상대평가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교육적인 타당성이 부족하다. 상대평가로는 학생간의 비교우열만 알 수 있을 뿐 해당 학생이 실제로 무엇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얻을 수 없다. 특히 지역별, 학교별 격차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평가의 왜곡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상대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은 학생이 과연 교육적으로 뛰어난 학생인지 확신할 수 없다. A 지역(학교)에서 1등급 받은 학생이 B 지역에서 2등급을 받은 학생보다 우수한지, 92점을 받은 학생은 91점 학생보다 뛰어난지 자신할 수 없다.

 

상대평가의 또다른 문제점은 '무한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성취도를 달성했더라도 경쟁자들보다 더 좋은 등급과 석차를 받기 위해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 이는 사교육을 불러온다. 똑같이 받는 공교육으로는 남들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게 되고 잠잘 시간도 없이, 휴일도 없이 '학원 뺑뺑이'를 돌 수 밖에 없다.

 

학생 한명 한명을 한 줄로 세워 순위를 매겨야 하는 상대평가 제도는 객관성과 단순명확성이 생명이다. 동점자가 다수 발생하거나 등급 배분 비율이 어긋나면 평가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평가 제도는 객관식, 선다형 문제 출제와 조합을 이룬다. '창의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객관식 문제 풀이 능력자'는 맞지 않다는게 교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한 변별력을 요구하다 보니 필요 이상의 어려운 문제나 교육과정 밖의 문제를 출제하기도 한다.

 

 

절대평가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다

하지만 절대평가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적지 않다. 우선 성적 부풀리기 등의 온정주의적 평가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5.31 교육개혁에 따라 도입됐던 절대평가 제도가 2004년도 고교 1학년생까지만 적용되고 중단됐던 이유도 성적 부풀리기 때문이었다.

 

대학에서는 절대평가로 내신이나 수능성적을 산출할 경우 변별력이 약화될 것에 대한 우려도 있는 반면 예전과 달리 절대평가가 도입돼도 대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변별해 선발할 수 있다. 과거에는 수능 성적과 교과 내신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생기고 정성평가 노하우도 축적돼 학생들의 수월성을 파악할 수 있다. 절대평가가 도입돼도 현재는 학생부 등을 통해 변별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고교 학점제가 도입되면 해당 학생이 대학전공과 관련된 과목을, 어떤 수준으로, 얼마나 다양하게 이수했는지 파악이 되는만큼 절대평가 변별력 약화 우려는 많이 해소될 수 있다. 결국 절대평가의 변별력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고교 학점제는 절대평가 체제에서 그 취지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절대평가-고교 학점제-대입 변별력 보완'이 서로 얽혀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고교입장에서는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특목고와 자사고 등이 유리해지면서 특목고, 자사고 지원 열풍이 불고, 이는 일반고 황폐화와 사교육 조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과학고, 영재고를 제외한 특목고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결국 절대평가 도입을 위해서라도 특목고와 자사고 문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되는 셈이다. 절대평가가 교육적으로는 맞지만 변별력 약화 문제, 내신 부풀리기 문제, 특목고 문제 등을 선결해야 한다.